미안하지만
그대의 비위를 맞출 수 없다.

 

역설이지만 비위를 맞추면
그대는 떠나게 되어 있다.

  

반대로 맞추지 않으면?
당연히 떠나겠지.

 

떠날 자 떠나고
남을 자 남겠지.

 

진짜만 남겠지.
어차피 생은 진짜만으로 이야기하는 것.

 

독자가 70억이라도
쭉정이가 70억일 수 있다.

 

떠나고 안 떠나고는
생의 완성도와는 하등 상관이 없다.

 

어차피 배고파서
철학하는 게 아니다.

 

배고파서 철학하지 않듯이
배불러서 철학하지도 않는다.

 

독자가 많아지면
배는 부르겠지.

 

돈이 많으면
한결 수월해지겠지.

 

그러나 배가 부르던 안 부르던
상관없이 길은 계속 된다.

 

배부른 자가
철학을 하는 게 아니라

 

철학을 하기에
배가 부른 것.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가 있다.
그 외의 다른 것에선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자.

 

진리에는
진리 고유의 길이 있고

 

그 길을 달릴 뿐이다.
갈 수밖에 없는 길.

 

끝까지 가야 하는 길.
매순간 끝을 보는 길.

 

누구도 할 수 없고
오로지 나만 할 수 있는 일.

 

그 결을 따라가는 것이
흠결이 될 리도 없지만

 

그렇다 해도 가야만 한다.
오로지 진리 안에 있을 때에

 

배가 부를 뿐이다.
정신은 호사스러워지고

 

영혼은 두둥실 떠다닌다.
내 맘대로 들락날락

 

천지를 돌아다닐 수 있다.
나의 방랑은 우주의 초대,

 

혹은 세상에의 방문.
다음번에 그대에게 갈 땐

 

천둥처럼 갈 것이다.
부디 머리 위를 조심하시게나.
2014/03/07 13:45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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