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년의 미소

140억년의 미소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3 2014. 3. 10. 12:47

 

 

그대여,
부르지도 마라.

부른다고 쪼르르
달려갈 나도 아니지만

부른다는 그 자체가
이제는 쪽팔린다.

네 바닥을 ...
봐 버렸어.

감히 나를 불러도
그다지 기쁠 것 같진 않구나.

불러도 내가 부르고
보내도 내가 보낸다.

그저 지금처럼
네 수준대로 놀아라.

물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탓.
기다리다 장대해지는 바람에

네가 시시해져 버렸어.
난 손 놓고 기다린 게 아니라

날마다 강해지고
날마다 커졌거든.

네가 불러도
이젠 가지 못하겠다.

덤덤해졌다.
더 이상 갈증도 없고

두려움도 없다.
다만 서늘한 사실 하나.

인류가 여기까지 오는데
130억년이 걸렸구나!

너를 대표하는 것.
반갑지도 않다.

이 거대한 진실을
일개 배부른 짐승들은 알 수 있을까?

에베레스트를
비행기로 오른 자는

결코 그 정상에 선 자신을
보지 못한다.

배에 기름기 낀 자가
철학할 수 없는 이유이다.

장대해질 수 없는 이유이다.
그 모습은 자기가 봐도 선선하지 않다.

짜릿하지 않다.
전율이 일지 않는다.

그저 배부른 돼지가
우리 안에서

자기 똥 위를 뒹구는 거와
같다.

비행기 타고 간 에베레스트는
돼지우리다.

서 있는 곳이 같아도
서 있는 곳이 다르다.

애초 같을 수도 없다.
눈에 보이는 에베레스트도 아니다.

오늘 새벽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한낱 인간들이
이 장대한 깨달음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을까?

세상엔 가해자도 피해자도
참 많이 사는 구나.

웃음이 난다.
아득해진다.

느끼는가?
알겠는가?

그것은 거룩한 깨달음.
인간들은 모르는

진짜 생의 미소.
130억년의 이야기.
2014/03/10 12:02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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