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2-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4

신비(妙)어록2-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4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1 2009. 3. 9. 14:11




내 영화는 자칫 심심하고 지루할 수 있다.

대화도 없고 서스펜스도 없고 반전도 없다.

또한 다음 스토리를 예측하는 재미도 없다.

그러나 그런 점이 오히려 강점이 된다.

서스펜스가 넘치고 반전이 강한 영화는

예측의 묘미가 공식이 되는 순간

그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뒤엎는 반전은 없지만

인식의 허를 찌르는 의외성은 있다.

가슴 졸이는 서스펜스는 없지만

막힌 가슴 뻥 뚫어주는 통쾌함은 있다.

나는 서스펜스가 넘치는 영화를 보며

하품을 하고 한 눈을 판다.

케이블 티비라면 이미 채녈을 돌렸고

영화관이었다면  딴 생각을 했다.

 

작가의 작위적인 의도에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

첫 장면에 이미 스토리와 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와 대사, 주제라는 공으로 현란한 드리블을 하는

작가의 바쁜 손놀림이 거치적거리기 때문이다.

관객을 좌지우지하려는 의도가 불순하기 때문이다.

나는 넘치는 서스펜스에 딴생각을 하고

의외의 포즈에 한 생각을 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어떤 갈등이 있는가가 중요하지 않다.

어떤 생각이 있고 어떤 포즈가 있는가가 중요하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다 어떻게 해결되는가가 중요치 않고

어떤 상황을 어떤 시선으로 보는가가 중요하다.

우리의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가 중요하고

그 선택을 완성하는가가 중요할 뿐이다.

 

그래서 부모도, 자식도, 가장도, 주부도 없고

꽃미남 꽃미녀도 없다.

오로지 인간과 인간이 있다.

훤칠한 미남과 예쁜 여자의 연애가 아닌

인간과 인간간의 만남.

세계와 세계의 만남이 있다.  


삼각관계는 있지만 그것이 치정은 아니고

사랑은 있지만 그것이 연애는 아니며

그리움은 있지만 그것이 정은 아니다.

소통은 있지만 대화는 없으며

환타지는 있지만 SF는 없고

도전은 있지만 어드벤처가 없다.  


대신 눈부신 햇살이 있고

일렁이는 물결이 있으며

붉게 타오르는 석양이 있다.

밤하늘의 별, 아니 우주를 떠도는 별.

그 별과 별사이에 별과 같은 인간이 있다.

태양과 별과 달은 시종일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우주의 어느 한 구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주의 한 복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스토리도 없고 사건도 없고 결말도 없는 영화.

내 꿈속 같고 내 바람 같은 영화.

그리움이 물결처럼 일렁이면 그들의 모습은 강물이 된다.

사랑이 파도처럼 부딪히면 그들은 바다가 되고

자유가 구름처럼 떠다니면 그들은 하늘이 된다.

꿈이 별빛처럼 찬란하면 마침내 우주가 된다.

 

그럴 때 들리지 않는 소리가 들리고

보이지 않는 풍경이 보이고

숨어있던 진실이 드러나며

원래부터 있던 진리가 완전하게 포착된다.

내 영화의 주인공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스크린 밖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스크린 밖 우리가 그렇듯이 그들 하나하나는 인간이고 자연이며 꿈이다!


나의 영화는 심심해서 오히려 심심하지 않은 그런 영화이다.

예측할 수 있어서 오히려 예측할 수 없는 그런 영화이다.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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