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여자 모욕하기 3
세상이 말세다, 여자가 너무 막 나간다?
살림을 하는 여자가 또 살림을 차리다니 말이 되느냐고?
영화를 소개하는 사회자가 제법 자기주장을 한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국으로 영화나 소개하지 않고 말이다.
누가 제 생각을 듣자고 했나? 기본이 안 되어 있다.
세상 구석구석의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그 자의 말이 맞는 거라면 세상은 이미 멸망해서 존재하지도 않는다.
왜 남자라는 포지션에 갇혀서 스스로를 옭아매는가?
군가산점 문제나 여성부의 모종의 행보에 발작적으로 반응하는 남자들.
혹은 전쟁놀이하듯 장난감 하나 가지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남자들.
그들에게 있어 세상은 거대한 전쟁터이다.
맞다. 세상은 전쟁터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가 싸우는 전쟁터는 아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하는 덜 떨어진 페미니스트들.
그는 마초와 다르지 않다.
여성성, 혹은 남성성에 집착하는 이들이 있다.
다소곳하고 수동적인 태도가 여성적인 것이라고 믿는.
거칠고 강압적인 태도가 남성적인 것이라고 착각하는.
누군가의 아내, 혹은 어머니가 되는 것이 삶의 목표인 여자.
여자를 보호하고 지켜주겠다고 큰소리치는 남자.
중요한 것은 여성성이나 남성성이 아니라 인간성이다.
아니, 인간의 신성(神性)이다.
인간으로 살지 못하고 단지 여자 혹은 남자로 산다는 건
세상을 반쪽밖에 살지 못하는 것. 아니, 성별이라는 감옥에 갇힌 것.
동물원 원숭이보다 낮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여성들의 언니, 오빠라는 말은 좋지 않다.
‘언니’는 원래 성별 구별이 없는 말이지만 현재는 여성전용 단어.
그 말을 들으면 찜질방, 미용실, 여자들끼리 순례라도 다녀야 할 것 같다.
동족끼리 동맹결성이라도 해야 할 듯한 압박감 내지는 거부감마저 드는 게 사실.
어쩌랴! 나의 히로인은 여자들과 동족이 아닌 것을.
연인이나 남편에게 오빠, 오빠를 연발하는 최강 비위의 그들.
낯간지러운 그 호칭과 제 독립성을 맞바꾸기라도 했단 말인가?
꼭 붙어 다니며 응석이며 엄살을 부리는 폼이 여간 예사롭지가 않다.
과연 제 숟가락은 제 손으로 드는지 한 번 물어보고 싶을 정도.
그러니 물색없는 남자들이 지켜주겠노라고 그렇게들 생색을 내지.
그런 밀착된 관계가 제 생을 파괴하는 줄 과연 그들은 모르고 있는 걸까?
타인의 생에 대해 그 권리를 보장받고 소유권을 주장하려거든
아예 납치를 해서 지하실에 가두든지 해야지 연애는 왜 하고 결혼은 왜 하나?
법이나 제도로 인간을 구속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더냐?
대부분의 인간들, 그들 안엔 저 유명한 미저리가 산다.
결혼이 무슨 개인의 영역에 침범할 권리라도 주는 줄 안다.
그들에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그 권리의 탄생을 의미한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함부로 개인의 영역에 침범하는 자들.
더구나 간통죄라니?
잘 놀다가 수틀리면 엄마에게 제 친구의 행동을 일러바치는 아이처럼.
인간이 덜 된, 아니 아예 인간을 지망하지도 않는 인간껍데기를 쓴 자들.
그 눈물겨운 연극이라니...
어차피 인생은 스스로 선택한 배역을 연기하는 것에 불과한 것!
왜 인간들은 자신의 배역을 선택함에 있어 그다지도 성의가 없는 걸까?
누구나 왕이 될 수 있는데 말이다.
보통의 여자들은 자신의 남자가 "나는 왕이다!" 하며 우쭐댄다면,
또 실제로 그렇게 세상을 다 가진 잘난 사람이라면 아마 몹시도 흥분할 것이다.
자신의 남자친구나 남편이 왕이라면 자신은 자연히 왕비가 되는 셈이니까!
스스로의 행운에 흡족하여 춤이라도 추지 않을까?
그러나 그것은 엄연히 남의 꿈이며 남의 인생, 제 삶이 아니다.
나의 히로인이라면 그 즉시 ‘왕’에게서 성큼 뒤로 물러설 것에 틀림없다.
자신 또한 엄연히 한 왕국의 왕이며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인.
왕의 그늘에서 왕비 자리 따위에 만족할 리가 없지 않은가?
제 영혼을 팔려면 적어도 한 제국의 왕쯤은 되어야 하는 것!
돈이나 안락 따위에 영혼을 팔다니!
나의 히로인은 왕비가 아니라 왕이다.
어차피 백년 뒤에는 흔적도 없을, 왕이 되지 못한 자들의 평가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주제넘게 타인을 배려한답시고 어설픈 행동하지 않으며
그저 애초에 제가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저기 멀리 신(神)의 길을 걸어가는 한 사람이 있다.-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