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형수의 죽음
영화를 보다가 문득,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형수가 된다.
때론 왕도 되지만
주로 아프거나 죽거나,
사지(死地)에 선 사람들이다.
지금,
생의 마지막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그의 마음으로
죽으러 가는 길!
평소엔 그닥 바라보지 않던 하늘,
이 순간 바라보니
‘참 푸르기도 하다.’
내리 쬐는 햇살은
어둠에 익숙한
내 온 몸의 세포를
일시에 흔들어 깨우고
‘그리움이라 할까.’
세포 하나하나가 기억하는
내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이
저 하늘에 겹쳐진다.
말로 못할 서러움, 그리고
하늘과 구름과 햇살과 사랑하는 이의 얼굴,
그 모두가 하나되어
뼈속깊이 사무치니,
오늘 하늘은,
푸르기도 하지만
예전에 보던 그 하늘이 아니다.
‘아, 이젠 죽을 수 있겠다!’
이 죽음이 끝이라면
반드시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
그 모든 끝에는 필시
순백의 시작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해도
지금 이 순간 충분히 강렬했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그것이 다름아닌 시작이라고!
그 어디에 꿈을 꾸듯 눈감는
사형수가 있다.
조용하게. 마치
신(神)의 품에 든 아기천사처럼 순수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