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삶

죽음과 삶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2008. 12. 10. 23:04

죽음과 삶


신을 예찬하는 것이 어찌하다

악마를 예찬하는 일처럼 위험한 일이 되었는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진리는 있고, 신은 존재한다!

나는 당당하게 말한다.

신이여, 이 우주를 통틀어 가장 매력적인 존재로 거듭나라!

이것이 내가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바, 최고의 예찬이다.

물론 그 어떤 이유로도 나는 삶을 도피하진 않는다.

(...)

 

자살은 한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것이 신에의 도전이라면  더욱 철학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생명의 일은 신이 주관하는 것,

더구나 자살이란 신의 영역을 넘본다는 불순한 혐의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니 더욱 도발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그것은 삶의 진지한, 한 자세이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자는

그것에 대해 말 할 자격이 없다.

자신의 삶에 경박한 자는

타인의 삶에도 진지할 수 없는 것이다.

소통 혹은 신념을 죽음의 무게와 나란히 놓을 때,

혹은 죽음보다 더 무게를 둘 때 그 심연의 깊이를 아느냐?

살아서 무엇을 할 것인지도 생각하지 않은 채

오래 살겠다고 집착하는 것.

그것이 도피이다.

(...)

 

한 번 자살했던 적이 있다.

그것이 비록 실패로 끝났더라도 그 시도는 의미를 가진다.

나는 매 순간을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다음은 없다! 지금 이 순간만이 존재할 뿐.

날마다가 지구의 멸망일일 뿐이다.

아니, 우주의 멸망일이다.

그러므로 매순간이 내겐 선물인 것이다.

새삼스럽게 기쁠 일도, 슬플 일도 없다.

애초에 내가 선택한 길을 그저 묵묵히 걸어간다!

한 번 죽었던 자가 두 번은 못 죽겠는가?

*자신을 죽였던 자가 남은 못 죽이겠는가?

당연히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

절벽을 등지고 싸우는 자는 원래 그런 것이다.

어차피 갈 길이 하나뿐이기에 그렇다.

더 이상의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그저 지금 이 순간을 그 모든 과거니 미래니 하는

쓸데없는 것들로부터 독립시키고,

그럼으로써 깨어있고,

비로소 그렇게 내 삶의 의미를

다 할 수 있을 뿐이다.

(...)

 

지금 이 순간에서 미래를 느낀다.

먼 훗날, 아니 어쩌면 그리 멀지 않아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그리워 할지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나는 제일 그립다!

또한 이 따사로운 햇살과 싱그러운 대기가,

그저 공기와 같이 존재하는 내 바로 옆의 사람이,

달콤한 봄밤과 무성한 여름,

청량한 가을 아침과 알싸한 겨울새벽이,

그리고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지금 모습 그대로의 내가,

나는 몹시도 그립다.

(...)

 

기억력이 나빠졌다.

한 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상한 기억력을 자랑했었는데

요즘은 통 지난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단 하나, 아주 오래된 그 일만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내가 태어나기 전 나에겐 아주 특별한 권리가 주어졌던 것이다.

그 특권은 바로 수많은 삶 중에서 나의 삶을 선택할 자격이었다.

또한 내가 선택해야 할 여러 가지 삶은 거의가 나쁘지 않은 것들이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혹할만한 것들도 많았다.

그 모두가 나름대로 완성도 있는 삶이었던 것이다.

부유한 삶, 권세를 누리는 삶, 명예로운 삶,

고운 삶, 필부필부의 삶……

그리고 신비(妙)의 삶!

그러나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나의 삶을 선택했다!

 

가난과 고독은 나의 옷이다.

멸시와 오욕(汚辱)은 나의 집,

사랑과 자유와 꿈만이 나의 삶이다.

때로는 가족과 친구들로부터도 나는 천시의 대상이 된다.

참을 수 없는 모욕에 휑한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어디 한 두번뿐이겠는가.

내가 가진 것이라곤 머리칼에 가려진 형형한 눈빛,

그리고 가슴 속 깊이 품은 진검 한 자루뿐!

나는 그 어느 누구의 인정도 받지 못하는 그저 그런 인간일 뿐이다.

누더기에 풀어헤친 머리로 세계를 떠도는 먼지와 같은 존재!

그럼에도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애초, 나 자신을 선택한 것만은 후회한 적이 없다

나는 사는 날까지 내 모든 사력을 다하여

나의 꿈, 나의 이상향을 이룰 것이다.

(...)

 

그리고 죽을 때는 ...

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싶다.

사람들은 나의 영면(永眠)을 빌겠지만,

나는 영원히 깨어 이 우주의 모든 것과 운명을 함께 할 것이다.

광막한 정적 속에서 별들과 지구를 바라보며

언제까지라도 함께 살아 숨쉴 것이다.

그것이 마지막 남은 내 미지의 꿈.

신이 바로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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