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2-밥 위의 감자를 좋아하는 그 사람

신비(妙)어록2-밥 위의 감자를 좋아하는 그 사람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2 2011. 3. 2. 20:00



내게 있어 엄마라는 존재는 다른 사람과는 아주 다르다.
모유 먹을 때를 제외한 내가 기억하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나는 그에게 단 한 번도 정신적으로 의지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그리하여 바야흐로 지금은 친구 사이다.
대화가 통하는 것은 결코 아니나 서로의 유머에 웃어주는 사이,
물론 썰렁할 땐 슬며서 외면하기도 하는 편한 사이다.
굳이 아래위를 나누자면 당연히 내가 윗사람이다.
그가 소녀같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역시
내가 언제나 한 이 만년쯤 산 마녀처럼 굴기 때문이다.
사람이 이 만 년을 살면 도대체 어떻게 되겠는가?
인간과 세상, 심지어는 신에 대해서까지 모르는 게 없어진다.
당연히 작은 일에도 꺄르르 넘어가거나 호들갑 떠는 소녀가 귀엽거나 어리석어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시 다른 친구와의 관계처럼 그와도
인간과 인간 사이의 그 선선한 거리감이 유지되고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는 너무 밀착되면 서로를 해치기 마련이다.
그 진실은 혈육지간이라 해도 결코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나는 뜻하지 않은 한 장면을 발견했다.
그가 사라지고 없어도 그를 떠올릴 때마다 영원히 기억하게 될 장면!
밥할 때 밥 위에 얹어서 익힌 감자를 유난히도 좋아하는 사람.
오늘도 어김없이 밥 위에 감자를 넣어 익히고는 밥먹을 때 같이 먹는다.
뜨거워서 그랬겠지만 조금은 고개를 쳐들고 마치 무언가에 감사하는 듯한 느낌으로
젓가락에 찍은 감자 반쪽을 두손으로 꼭 붙들고 먹는다.
하하 입김을 불어가며 살포시 한 입 깨무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두 손을 꼭 모은 그 모습이 마치 신에게 기도하는 소녀같기도 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슬쩍 웃었나 보다.
그가 나를 보며 밥위에서 익힌 감자가 최고로 맛있다며 다시 한 번 말한다.
바로 그가 죽고 내 옆에 없어도 앞으로 영원히 기록될 내 영화의 한 장면이다.
물론 소녀같은 그 사람이 주인공인 명장면이 몇 개는 더 있다.
앞으로 나는 바로 그 장면을 떠올리며 영원토록 그를 추억하게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저 안방의 그가 그립다! 
나는 종종 이렇게 바로 내눈 앞에 있는 나의 사람들이 눈물겹다.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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