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3-세상

신비(妙)어록3-세상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2 2012. 11. 30. 09:48

 

 

 

오늘도 너와 대화하기에 실패했다.
너는 끝내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지 못한다.
약속 장소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불러도 대답조차 없다.

 

그러나 오해하진 않겠다.
그것은 신용이 없어서가 아니라 네 세계가 빈약하여
나의 세계에 초대받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
우리, 세계와 세계 사이에서 만나야 한다.

 

너의 별은 작아서 나의 별에 올수 없고
나의 별은 광대해서 너의 별에 갈 수 없다.
너는 얼어 죽고 나는 숨 막혀 죽는다.
별과 별 사이에 다리를 놓아야 한다.

 

그 다리의 재료는 오로지 사랑.
그곳에서 두 다리를 각 세계에 튼실하게 딛고 있어줄,
거인이라도 필요하다.
무지개라도 필요하다.

 

신의 설렘,
우주의 허그,
시간의 키스!
약속, 그 이후의 풍경이다.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던 나의 이야기에 신이 귀기울여주었다.
그저 허허롭던 어깨, 우주가 감싸주고
쫓기던 일상, 시간이 먼저 다가와 입맞춤해주었다.
꿈이 오매불망 사랑을 고백했다.

 

나는 단지 너와 나란히 걷고 싶었을 뿐,
함께 호흡하고 싶었을 뿐.
그러나 약속은 우리의 생을 180도 달라지게 했다.
내가 오래도록 너의 별에 발 딛고 서 있는 이유!

 

부지런히 달려라.
네가 숨 쉴 때 나의 별엔 회오리가 몰려온다.
때로 천공을 바라보라.
네가 웃을 때 나의 세계엔 축제가 벌어진다.

 

힘을 내라, 이제 거의 다 왔다.
아, 그러나 아뿔싸!
너는 다리가 너무나 짧다.
사력을 다해 달려도 아직 코빼기도 안 보이는구나.

 

아니다!
내가 너무 일찍 마중 나온 까닭이다.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다.
이건 순전히 다리가 긴 내 탓이니까!

 

나는 그동안 기지개 한 번 켜고
우주의 저쪽 끝까지 산책이나 다녀오련다.
친구여, 너는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
오지 않으면 너만 손해니까!

 

(갈 데까지 가보자 버전 2)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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