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3-연애지침서는 버려라!

신비(妙)어록3-연애지침서는 버려라!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2 2012. 3. 1. 17:59


 



1.갈증이 나는데 마침 앞에 편의점이 보인다.
목이 마르다며 물을 사야겠다고 했더니
운전하는 친구가 바로 차를 세우지 않고
한 시간이나 산길을 헤맨 뒤 다른 가게 앞에 차를 세운다.
목이 말랐던 친구가 감격할까?
갈증이 극에 달했다가 마침내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아무 생각 없이 좋아라 할까?

2.생일날 만났는데도 생일인 줄 모르고 시시하게 굴다가
버스가 지나도 한참 지난 다음,
어제 생일 축하해! 하면?
생일이었던 친구가 기뻐할까? 


3.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한답시고,
일부러 짜증 폭발 어깃장을 놓다가
마침내 짠! 선물과 이벤트를 자랑스러이 내놓는다면?
남자의 인격에 절망했던 여자가 마음의 상처를 금새 씻어버리고 이벤트와 선물에 혹할까?
과연 진심으로 웃을 수 있을까?



물론 그런 여자도 많을 것이다.
특히 3 이벤트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여자가 눈물을 흘리며 감격할 것이다.
그러나 위의 남자는 연애지침서를 적용, 자신이 선수를 잡으려다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자신이 타이밍을 주도하고 자신이 선수를 잡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두 사람 사이의 딱 맞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원하는 타이밍에 일단 no!를 한다음,
자신이 정한 타이밍에 공격하는 것!

영화 <작업의 정석>에도 나오는 바람둥이들의 잔 기술이다.
그러나 그것은 연애가 아니라 전쟁(혹은 정치)이다.
영화 속 그들도 실제로 연애를 하는 게 아니고,
고수끼리 즐겁게 잘 겨루어 보았다며 웃으며 아주 해피하게 헤어진다.


문제는 선을 잡는 게 아니고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는 것!
제가 타이밍을 주도해보겠다고 상대가 간절히 원하는 타이밍을 그냥 흘러보낸다면,
그는 실제로도 버스 지난 다음에 손 흔드는 스타일의 사람인 게다.
관계는 죽은 다음엔 결코 되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상엔 '단지 여자'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남녀관계라고 해서 다 남녀관계가 아니다.
서로의 성별이 남녀라고 해서 다 연애의 법칙을 적용하면 곤란하다는 말이다.
중요한 건 인간관계!


연애의 실패는 리드하지 못하는 남자의 것이 아니라,
남자든 여자든 연애에 실패할까 두려워하는, 강박을 가진 자의 것이다.
연애는 정치가 아니며, 더구나 연애는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연애는 수없이 부딪히고 깨지고 다치면서 하나씩 몸으로 체득하는 것!


상처받고 절망하고 그럼에도 사랑할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어 계속 가다보니
마침내 넓어지고 깊어지고 더욱 따뜻해지는 것!
그리하여 거절 따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 또한 생기는 것!
결국엔 세련되고 멋진,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


거절 당하지 않으려 연애의 법칙을 외우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머리를 굴리며 상대를 기만하고, 테크닉으로써 상대의 감정을 가지고 노는 것!
그런 이는 상대의 피치 못할 사정도 테크닉으로 오인하여
상대는 모르는 사이 우습게도 혼자 피튀기는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다.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지 않은가?
서로가 모르는 사이 한 사람은 천국에, 한 사람은 지옥에 있게 된다.
한 사람은 완전한 시간을 보내는데, 한 사람은 피튀기는 전쟁을 하고 있다니!


물론 무궁무진한 카드를 가지고 하나씩 내보이며
서로 즐거운 연애를 하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이 진심이라면, 그리하여 제대로 된 연애를 하게되면 자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다.
왜? 상대를 기쁘게 해주고 싶기 때문에!


그가 기뻐하는 것이 보고 싶어서 비장의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차이니까, 혹은
당연히 노력해야 하니까 그러는 거, 그건 '아니다!'
연애에 실패하지 않으려고 자신이 선수를 잡겠다는 건 선후가 바뀐 것이다.


그럼 후수가 잡힌 사람 역시 거절 당할텐데, 그도 선수를 잡아야하는 것 아닌가?
여자는 무조건 후수 잡아야 한다? 그건 아니다.
바람둥이 남자에게 맨날 당하는 스펙 좋고 인물되는 여자 이야기 어제도 봤다. 포탈에서!
조언하는 남자 역시 여자쪽에 선수를 잡으라고 조언하더라.


이런 식이면 이건 연애가 아니고 전쟁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왜 사랑이 아닌 전쟁을 하는가?
마음이 통해 인간과 인간이 만났는데 왜 서로 지지 않으려고 하지?
바보같은 짓이다.


내가 져주는 게 낫고 내가 손해 보는 게 낫다.
남자든, 여자든 선물을 받기보다는 주는 게 낫다.
불안 초조, 안달복달, 의심하기 보다 자신감을 갖고 쿨해지는 게 백번 낫다.
평탄하다고 안주하고 늘 똑같은 짓을 반복할 게 아니라, 늘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자세여야 한다.


당연히 그 어떤 경우에도 역할에 집착해선 안 된다.
남자라고 남자역할을 하려 하고, 여자라고 해서 여자로만 대해서는 안 된다.
남녀관계 이전에 인간관계라는 것.
일방적으로 리드당하는 것, 역할을 받기만 하는 것이 좋을 수만은 없다.


대부분의 여자는 지적인 남자를 좋아하지만,
내 앞에서 건방 떨거나 나를 가르치려드는 남자는 좋을 수 없다.
리드할 줄 아는 남자를 좋아야 하겠지만,
연애지침서를 숭배하는 남자는 '글쎄다.'


연애와 정치는 다르다.
상대의 진심이 느껴질 때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무한감동 무한신뢰'지만,
아무리 큰 선물을 받아도 이게 머리 굴린다, 생색 낸다 싶으면
오만 정이 다 떨어지는 게 인간이다.


유머나 장기, 새로운 취미나 놀이 발굴 등등은
연애하는 남자들만의 몫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친구와 함께할 때 갖추면 갖출수록 좋은 덕목!
그러나 '너를 꼼짝 못하게 해주겠다' 포스의 바람둥이 느끼한 이벤트보다는,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생을 함께 살아가는 친구로서의 담백한 포즈가 더 좋다.


솔직히 여자한테 남자 별로 필요없다.
물론 그 말은 여차하면 남자를 차 버린다는 얘기가 아니고
너무 남자 행세하느라 보호자처럼, 한 단계 윗사람처럼 구는 거, 썩 반갑지 않다는 뜻이다.
나의 대표는 내가 되어야 하는데 '한 집안의 가장 뉘앙스?' 그런 거 반기지 않을 여자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그 마음이 진짜라면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
노력해야 하니까 노력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마음이 그렇게 되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를 바라는 연애, 공짜 연애나 반복하는 자는
연애의 법칙을 몰라서가 아니라 인간 자체가 실격인 거다.


연애지침서대로 행동해서 연애에 성공하는 남자, 섹시하지 않다.
마음 가는데로 최선을 다했는데도 실패하고,
마음 졸이고 부딪히고 시도했는데도 또 깨지고 실패하여 상처투성이인 인간,
그럼에도 굴하지않고 주눅들지 않고,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처럼 또 다시 웃으며 사랑하는 자,


바로 그런 인간이 섹시한 거다.
예전에 어딘가 이상형(?)을 쓴 적이 있다. (출간된 신비(妙)어록에도 실린.)
다른 특별한 조건이 없기도 하거니와 언제나 그렇듯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오로지 나의 이야기!
'그 어디에 가서 내가 넘어지고 놀고 사랑해도 그곳이 모두 그의 품인, 넓디 넓은 사람, 우주 그 자체인 인간!'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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