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순간 후대로 간다

매순간 후대로 간다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3 2014. 3. 13. 14:57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은
연극이 아니라
영화다.

매순간 크랭크인되고 있다.
크랭크업되고 있다.
상영되고 있다.

물론 관객도 있다.
흥행은 저조하다.
대부분 관객은 졸고 있고

불법으로 복제하기 바쁘다.
제 돈 벌기 바쁘다.
잠자기 바쁘다.

뭐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그들을 화들짝 깨우려

가끔 핵폭탄급 결정적 장면을
준비하기도 한다.
물론 그것도 잠깐,

나는 매순간 후대로 간다.
그래야 지금 이 순간을 멋들어지게
살아 있을 수 있다.

오늘의 영화에선
통나무집을 지었다.
숲속이 아니라 바닷가 언덕이다.

인적은 드물고
보이는 것은 하늘과 바다뿐,
가끔 오가는 새들과 바람 소리가 반갑다.

게으른 자는 예리하다.
아무 것도 없는 백지에서도
이야기를 발견해낸다.

길게 누워서 보면
하늘과 바다가 뒤바뀐다.
하늘이 바다가 되고 바다가 하늘 된다.

하늘을 올라탈 수 있고
바다를 뛰어내릴 수 있다.
구름 위에서 take off 할 수 있고

바다 속을 날아다닐 수 있다.
땅을 뚫고 유영하며
하늘을 솟구쳐 심연을 거닌다.

쓴 차 한 잔 마시고
달콤한 꿈을 꾼다.
여전히 피 끓는 방탕아가 되어도 좋다.

계획이 있다는 것.
그것은 혼자라는 것과 관련이 깊다.
다이렉트로 인류와 하나 되는 것.

세계 일주를 혼자 하는 것과 같다.
세상과 만나고
인류와 만나고

다른 시간과 만나고
시대와 만나는 것은
움켜잡을 것이 없을 때 가능하다.

아무런 눈치 보지 않을 때,
지금 죽어도 좋을 때,
꼭 살아 돌아 가야할 이유가 없을 때

목숨 걸 수 있다.
그 순간만이 진정으로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역설.

목숨 걸어 본 자는 안다.
허공중에 매달아 놓아야
비로소 쳐다보게 되는 게 또한 목숨.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가 살 수 있다면
그것은 가족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이다.

깨달음 때문이다.
의지 때문이다.
너와의 만남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후대의 너와 조우할 수 있는가,
그것 뿐.

아! 지금 이 순간,
천둥 같은 노크소리가 들린다.
네가 왔다 보다.

그럼 오늘의 영화는 여기까지!
나는 너를 만나러 간다.
이미 오래전 너를 초대했고

너는 이제 날 찾아 왔다.
이 위대한 운명,
자존감의 미소.

연극은 실시간으로 상연되고 끝이지만
영화는 필름으로
영원히 남는다.

나는 매순간 너에게로 간다.
그것은 네가 오기까지
계속된다.
2014/03/13 14:07
-신비(妙)/매순간 너에게로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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