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4-연애와 선문답

신비(妙)어록4-연애와 선문답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2 2013. 11. 5. 18:19

 

 

 

오늘 우연히 처음 본 드라마
‘응답하라, 1994(5회?)’의 에피소드 하나.

여자 친구가 새집에 이사를 했다.
그런데 페인트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문을 열어야만 했다.
문을 여니 매연 때문에 또 열어둘 수가 없다....
마침 도착한 남자친구에게 묻는다.
지금 상황이 이러이러한데 말이지
1 문을 열어야 할까, 2 닫아야 할까?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1번이나 2번을 선택한다.


그러나 바로 그때 당신의 머리통으로
조사의 죽비가 날아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니면 그 어떠한 설명도 없이 천둥 같은 불호령이 떨어진다.
손가락이 잘리고 팔 한 쪽이 속절없이 날아간다.
그럼에도 당신은 여전히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피를 질질 흘리면서도 눈이나 껌벅대고 있을 수밖에.
당신은 구지동자나 혜가가 아니니까.


이해할 만하다.
삶에 있어선 누구나 초보자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달이 아닌 손가락을 보는 자는
앞으로도 달을 볼 가능성이 희박하다.
인생 초짜 당신에게 팁 하나 날리는 이유되겠다.
날마다 매순간 천기를 누설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너에게
밥숟가락에 반찬까지 얹어 꼭꼭 씹어 입에 넣어주겠다는 얘기.

예의 에피소드처럼 객관식 물음에
절대 1번 혹은 2번이라고 대답해선 안 된다.
이는 개그맨들이 아주 잘 알 것이다.
이건 자주 쓰이는 반전 개그다.
제 3의 대답을 하되 그 대답은 반드시
질문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 어떤 화려한 손가락을 내놓던 간에
조사가 원하는 대답은 언제나 같다.
바로 달이다.
너는 나고 나는 곧 너다, 라는 진리.
깨달음을 얻은 자만이 할 수 있는 진리의 말이다.
또한 질문자가 엄마라면 ‘엄마, 사랑해’쯤 되겠다.
상사라면 뭐 ‘상사님, 딸랑딸랑’이 되겠지.
여자 친구라면 당연히 ‘세상의 중심은 바로 그대’가 되어야 한다.


다시 돌아가서 예의 질문은 여자 친구가 바보라서
정말 문을 열어야 될지, 닫아야 될지 몰라서 묻는 말이 아니다.


저렇게 시험에 든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여자 친구에 대한 걱정이다.
새집 증후군에, 매연에 시달리고 있는
세상의 중심, 그대 여인의 건강이
걱정되지도 않는단 말인가?
새파란 청춘에 그리도 피가 미지근하다는 말인가, 그대는?


“괜찮아?”
이 한마디면 된다.
그대 세상의 중심, 그대의 여인이 무너져 가는데
그대의 세상이 네 앞에서 사라질 지도 모르는데
그런 염려가 안 된다는 말인가?
믿을 수 없다.
이는 사랑하면 자동으로 나오는 말이다.

1번이라고 해도 욕먹고
2번이라고 해도 됐다고 하니
그럼 난 도대체 뭐라고 해야 된다는 말이냐, 떼굴 떼구르르.

한가하게 머리나 굴리고 있어선 안 된다.
여자라는 동물은 뭐가 이리 복잡하고 어렵다냐?
no! 예전 조사들도 선문답에 있어
머리 굴리는 기색이라도 있을라치면
제자는 이미 죽비 맞고 나가떨어져 마당을 뒹굴었다.

세상에 그런 남자는 없다.
남자는 그런 거 모른다.
드라마가 여자 다 망친다?
이렇게 마초처럼 쪼잔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만일 데이트하기로 한 날에 만나지 못하는 사정이 생기면
(그 사정이 누구의 사정이건 간에)
변명 따위 필요 없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그 옛날 조사처럼 가르쳐 준 것!

“이거, 보고 싶어서 어쩌지?”
이 한마디면 된다.
그래서 많은 바람둥이들이 세치 혀로 먹고 살지 않는가?
그러나 여자들이 정말로 세치 혀에 놀아나는 건 아니다.
다만 선문답이 일상일 뿐.
 
청춘에는 사치가 없다.
연애를 하려면 그 정도는 해주어야지.
세상의 중심도 안 되는 여자를 만나나?
그 정도 안 되는 여자는 아예 만나지도 마라.
왜 시시한 여자를 만나나 글쎄.
(물론 네가 시시하니까 시시한 여자 만나
시시한 사랑타령이나 하겠지만!)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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