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세상에 깨달은 사람이 없다.
서점 명상코너에 그렇게 많은 책이 있더니만
제목이나 책 디자인을 보아하니
하나같이 먹물 이론가에다
신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찌질이류,
아니면 고리타분한 꼰대 스타일이다.
아니, 아예 스타일이 없다.
그런 건 0.1초 만에 드러나는 법이다.
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하품이 난다.
눈이 팽팽 돌아갈 지경으로 스마트한 21세기에
깨달음만은 아직도 달마 시대에 머물러 있는 아이러니라니.
마음을 비우라거나 욕망을 거세하라거나,
감사하라거나 사랑은 주는 것이라거나,
지금 이대로 완전하다거나 낮은 곳에 있으라거나,
죄다 깨달음을 미개한 수준으로 만들고 있다.
그들 자타공인 스승들은 아직도 상대적인 관점에서 놀고 있다.
우주선에 올라타지 못하고 지하철 환승역에서 맴돌고 있다.
피가 팔팔 끓는 인류라는 청춘들에게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꼰대 놀이를 하고 있다.
깨달음 교과서를 외워 또 다른 교과서를 써대고 있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깨달음에는 교과서가 필요 없다.
교과서 외워봤자 입시가 없다.
깨달음 대학도 깨달음 회사도 없다.
한 번 얻으면 영원한 철밥통도 없다.
다만 매순간의 시험이 있을 뿐이다.
매순간의 오디션, 매순간의 대화, 매순간의 뉴스
한 번 빛을 본 자는 그 빛 속을 나오지 않을 뿐!
생은 막다른 골목, 나올 수도 없고 나올 마음도 없을 뿐!
깨달음 교과서를 줄줄 외울 게 아니라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야 한다.
교과서 보고 받아쓰기를 할 게 아니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반짝반짝 살아 숨쉬어야 한다.
평상심 바보 멍청이가 될 게 아니라
에너지 넘쳐 우뚝 일어선 자가 되어야 한다.
깨달음이 뭔지 모르고
막연하게 상상만 하고 앉아 있는 수많은 스승들을 보고 있자니
불쌍해서 한숨만 폭폭.
-신비(妙)